FTM기독교인

여친과 헤어지고 달라진 것들 본문

Diary

여친과 헤어지고 달라진 것들

Brave Chan 2016. 8. 5. 23:05

여친과 헤어지고 확 달라진 점은 일 끝나고 스케줄이 텅텅 빈다는 거입니다.  주말에도 시간이 널널해요. 

주말에 뻑하면 어디 놀러가고 주중에도 일끝나면 여친보고 서울로 오라해서 청담, 가로수길, 논현, 판교, 잠실 뭐 안가는 데 없이 맛집 찾아서 맛난거 먹으러다니고, 시간이 늦으면 외박하고 그랬는데 

일단 핸드폰은 업무시간에만 정신없이 울려대지 저녁 7시가 넘어가면 전원 없어서 꺼진 핸드폰 같습니다. 


여친 만나느라, 친구들이랑 약속잡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년에 한두번 자리 갖을까 말까, 게다가 해외생활로 원래 한국에 친구도 별로 없었으니.


여친이 내게 이렇게나 큰 존재였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얘기할 사람, 밥도 같이 먹을 사람도 없으니, 자연스레 늦게 퇴근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맨날 10-11시 쯤 되어서 집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초저녁 8시에 집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러나 실은, 시간이 안가는 건 아니에요. 어차피 회사에 남아서, 커밍아웃 할 말도 좀 끄적여봐고,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야할지 정보도 수집해야하니까요.   집에가서 커밍아웃 준비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  내부자도 아니고.


덕분에 대화할 상대도 없으니, 말씀묵상하고, 기도하는 시간은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제 평생 언제 이렇게 오래 또, 자주 기도하고 매일 설교요약 글 뒤지면서 묵상했었나 싶을 정도로, 하나님과 교제할 시간은 굉장히 늘었습니다. 



저는, 여친과 헤어진 것, 그리고 헤어지기 전 2주간 시간을 가졌던 것들, 또 헤어짐에 결정적인 계기들이 우연한, 우발적이었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어날 수 밖에 없었고 또 저와 별이에게 필요했던 것들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블로그를 만들고, 매일 말씀묵상하는 저의 모습을 보면, 어떻게 우리가 살아왔던,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던,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섭리 안에 있음을 강하게 깨닫는 요즘입니다. 



매일 아침 카톡 메시지로 성경말씀이 배달이 오는데, 요즘에는 그게 알람 앱을 대신합니다.  매일 아침 눈이 절로 떠져요.  말씀이 도착했나 안했나, 눈이 번뜩이며 떠집니다.  


자기 전, 또는 집근처 교회 소예배실에서 기도를 드리면 응답이 그다음날 아침 말씀으로 와요.  하나님이 말씀으로 응답해주시는 것을 체험합니다.  

하나님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기쁘고, 여태까지 기도하면 응답받은 게 별로 없어서 응답 받아도 한참 있다가, 심지어 어떤 기도를 했는지도 까먹었을 때 쯤에야.. 아 기도응답이 되었구나 하는데 요즘엔 기도하면 바로바로 하나님이 응답해주시니 안 신날 수가 있을까요.   여친과의 헤어짐으로 정말 삶이 피폐해야 하는데 제가 이렇게 구구절절 블로그에 글 쓸 여력이 있는 걸 보면, 저를 지탱해주는 힘은 하나님에게서 나온다고 확신합니다. 


지난주 받은 말씀이 생각납니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나니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 시37;23~24



예전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여친은 아직 자고 있으려나, 출근 준비 중이려나 자나깨나 여친 생각이었는데 요즘은 매일 주시는 말씀을 기대하며 일어나게 됩니다.   이것도 감사해야할 부분이겠죠. 


정말 요즘 유행어처럼 '뭣이 중한디' 이거에요. 

정말 뭐가 중요한지 알겠더라고요.   


깨소금 볶아도, 이쁜 여친이 있어도 하나님이 없이 생활했던 저의 모습과

헤어짐에 아프고 마음이 쓰리고 아쉽지만 나와 소통하시는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한다는 사실을 안 지금의 제 모습은,  겉으로 보기엔 남들 눈에는 잘 모르겠지만 영적으론 많이 다르겠지요. 



지금 내 모습이 좋고, 내가 변하는 게 두렵고,  자기 때문에 성전환을 하려는 것 같아 부담스럽고, 결혼을 한다고 해도 친구들에겐 어떻게 알릴지, 자기 남편될 사람이 트랜스젠더라는 걸 가족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 신앙적으로 이게 죄인 것 같아 죄의식에 시달리고 자나깨나 걱정이었던 여친에게 내가 무어라 할 수 있을까요. 


'좀만 참지,  같이 견뎌내지, 나 사랑한다며, 이것밖에 안돼? 너는 왜 나를 위해 희생을 못해?' 

제가 이럴 수 있을까요.



성전환 자체에 대한 결정과 확신, 제 성주체성을 알아가기에 제가 몰두한 나머지, 여친이 현실적인 부분에 부딫치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잘 캐치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작년 10월부터 여친이 같이 기도하자고 했을때, 심지어 올해 4월에 미래계획이 있느냐고 했을때, 그게 뭔소린지 잘 몰랐던 제가 너무 개탄스러울 뿐이지요.   제가 성전환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땐, 여친은 이미 지쳐 나가 떨어졌습니다. 


여친은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지만, 제가 확신을 갖고 이끌지 못해 미안해요 제가. 

여자에게 남편이란 존재는 그녀의 모든 자존심이고, 가치고, 환경이고, 울타리라고 하는데... 

여친의 고민들을 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간간히 여친과 연락은 하고 있어요.  

F64.0 진단서 받았을 때 연락하고, 내일 ㅅㄹ의원갈거다라는 것도 얘기하고 섬돌향린교회 목사님 만나뵌 것도 얘기하고,  진행과정을 알리고 있어요.  그러면서 간간히 안부도 묻고. 

그래도 바로바로 확인하고 답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더라고요. 



하나님이 저와 제 여친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뜻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걸로 완전 끝인지, 아니면 다시 재회해서 회복할 여지가 있을지, 있다면 언제가 될지, 지금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어요.  지금 여친의 속마음도 전 잘 모르겠는데요 뭘.  

다만, 여친과 헤어졌어도 제 소망은 변치 않았어요.  


이번주 화요일인가, 집근처 교회 소예배실에 밤늦게까지 기도를 드렸습니다.  허심탄회하게, 하나님에게는 정말 모든 생각, 감정들을 다 말씀드려도 됩니다.  기도란 게 대화니까요.  구구절절, 그게 꼭 '이거 꼭 해주세요, 이거 꼭 들어주세요' 와 같은 간구만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 오늘은 이랬어요' 오늘 일어났던 일상 얘기도 기도로 해도되구요.  기도에는 어떤 형식이나 정답이나 틀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영이시기에 몇시간이고 들어주세요.  아니 24시간 내내 들어주세요.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속마음을 내안에 성령이 대신 기도해줍니다.  그리고 잠자코 들어주시고 있다는 것도 기도하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기도의 정의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입니다.  단순히 내가 원해서, 내 욕심으로 이거 꼭 해달라 기도하는 것보다는, 하나님 보시기에,  하나님 마음과 일치한 마음이 내안에 있어서 기도로 드리면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을까, 기뻐하시면 당연히 기도응답 들어주시겠죠.  


제 소망도 그래요.  이게, 성전환이 나를 위한 것.  내가 지금 당장 깝깝하고 못살겠으니, 아니면 여친과 결혼하기 위해 성전환을 하려 한다.  하나님 바꾸는거 허락해주세요- 라고 기도하면, 하나님이 과연 '어 그래, 하려무나' 이럴까요?


안들어주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마음도 고쳐먹고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이렇게 태어나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죄인이고, 동성애는 죄이고 하나님이 지어주신 몸을 제가 바꾸려고 하는 것 또한, 그래도 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하나님 보시기에 성전환 하고 난 후의 제 삶이 하나님 뜻을 구하고, 하나님 나라를 구하며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삶이 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성전환 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세요.  제가 성소수자인 것을 인지하고 보니,  이제 제 눈엔 그러한 사람들만 눈에 보입니다.  그들의 아픔이 내 아픔같고, 내 막막함을 그들이 지나온 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들을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분명, 저는 제가 원해서 성전환을 하려고 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바뀐 제 모습을 통해, 제 삶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인도하심을 증거할 수 있는 도구로 쓰여지게 해주세요.  저는 하나님을 알기에, 이렇게 의지할 수 있지만, 하나님의 존재조차 모르는 성소수자들이 많습니다.   핍박하는 교회에 대한 인식 때문에, 교회 자체에 부정적인 분들도 있고, 교회에 마음을 다치신 분들도 있고, 심지어 가족들도 인해 교회에 혐오감을 갖는 모태신앙 친구도 있습니다.  우리들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존재이고 결혼이란 꿈도 꿀 수 없는 것인 걸까요. 저의 삶을 통해 하나님이 희망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성소수자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친과 하나님 안에서 가정을 이루고 싶습니다.  저는 여전히 별이를 사랑합니다.  저와 제 여친이 만든 가정이 전도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비록, 지금은 여친이 그건 내 사명이 아니다며 거부하지만,  이 작은 사역에 여친이 마음을 열고 동참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둘만의 행복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하나님을 알릴 수 있는 행동이고 결단이고 과정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 의와 욕심이나 교만이 드러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 




한가지 분명한 건, 하나님은 제 소망이 무언지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고, 그 다음날 아침, 이렇게 응답해주셨어요.   하나님은 제가 인스타그램에서 해외 FTM 트랜스젠더 사진들을 뒤지면서 내심 부러워하는 것까지도 아시는 분입니다. 


네 마음으로 죄인의 형통을 부러워하지 말고 항상 여호와를 경외하라. 정녕히 네 장래가 있겠고 네 소망이 끊어지지 아니하리라 잠언 23장 17~18절 



글 쓰다보니 신앙고백으로 흘러가버렸는데요, 보시다시피 무엇하나 결정난 게 없습니다.  

F64.0 진단서 빼고는요. 그치만, 달라진 건 있습니다.  하나님이 저와 항상 있으시다는 저의 깨달음입니다.   

그 깨달음으로 저는 담대해질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여친을 만나더라도, 외적으로 또 영적으로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별이야, 여전히 널 아주 많이 많이 사랑해.  항상 기도할게. 




Comments